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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호작질

by 호미랑 2020. 5. 30.

암석경, 또는 이와가가미이다. 나에게 네 번째로 어려운 문제이다.

지난 해에 마당에 한 구석에 심었는데 월동이 되어 살아남은 녀석이다. 포기가 좀 작아졌다. 다섯 포트를 더 샀다. 올해는

잘 살려서 꽃을 피워보리라는 계획이다. 이 꽃나무(풀?)는 홋카이도 쪽에서 많이 자라는 모양이다. 인터넷에서 학명으로 

이미지를 검색하여 보면 반쯤 그늘지고 낙엽과 부엽토가 많이 쌓이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위 주변에 많이 자란다는 것은 바위가 가진 일정한 기온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나에게 첫번째 과제였다. 칼미아. 이것은 내가 스스로 세운 문제였다. 시골로 이사를 와서 마당에 어떤 나무를 심을까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하다보니 칼미아가 눈에 확 띄었다. 그래서 심으려 하였는데 구하기도 어렵고 기르기도 어렵다고 

나와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어려움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즐거움이었으리라. 

칼미아를 구해서 가장 어렵다는 공중 습도를 잡기 위해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었다. 심지어는 겨울에도 물을 주었다. 

나무를 심고 물을 너무 자주 많이 주면 좋지 않다는 상식은 저 멀리 걷어차버렸다. 반그늘이 좋다 하여 발을 사다가 

말뚝을 두 개 박고 서편으로 발을 드리워 반그늘을 만들었다. 토양은 뒷산에서 부엽토를 승용차 트렁크 공간에 맞먹는 

김장 다라이 서너 번 분량만큼 갖다 퍼부었다. 부엽토와 밭흙을 반반이 되도록 퍼부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 그루가 

살아 남아 뿌리를 내리고 튼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첫 해 나뭇잎이 반점이 생겨서 너무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가 말라죽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리고 물을 더 자주 주기로 

결정하였고 그대로 실행하였다. 칼미아 반점은 겨울, 봄, 가을에 공중 습도가 적어서 그렇다고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정답은 칼미아에 대한 책 Kalmia: The Laurel Book II (Jaynes, Richard A. )에 나와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존으로 

주문을 했는데 영어 실력이 바닥이니 과연 번역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칼미아 핑크 참(분홍및 매력)이다. 올해는 해걸이를 하는지 이 한 그루만 꽃이 가득 피고 나머지 세 그루는 꽃이 적게

피었다. 아니면 미국 동부 산악지대와 기후 조건이 달라서 적응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내 이웃에 자칭 울릉도 야생화 박사님이 사신다. 울룽도에 사는 몇 년 동안 산줄기를 주말마다 뒤지고 다니고 육지로

들어와서는 주말마다 산에 다니고 주중에는 야생화 책을 구하여 읽고 때로는 야생화 꽃집에서 분재 작업도 수 년 동안 

해오신 분이다. 나에게 선배님과 같은 존재라서 집을 짓고 난 뒤에 마당에 무엇을 심을까 야생화 가게에 주말에 자주 

따라다녔다. 내가 야생화 기르기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반가워하면서 떡밥을 던졌다. "무슨 무슨 식물은 기르기가 

어렵다더라." 이 말이 나를 살짝 자극하였다. 인터넷을 뒤지고 선생님에게 주워 들은 단편적이 지식으로 도전을 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내가 (분재로) 해봤는데 어렵더라. 다 보냈다." 선생님은 분재로 키우는 야생화 매니아이시다. 나는 

분재보다 노지 취향이다. 분재가 노지보다 어렵다. 식물이 갇혀 있으니 당연하다. 여하튼 노지는 좀더 쉬우니 도전한다. 

내 두번째 과제가 바로 시로미이다. 시로미. 생긴 모습은 침엽수처럼 보이지만 진달래 패일리이다. 제주도에 서식하고

 열매는 블루베리 같은 종류가 달린다. 요새 제주도에서 조금씩 줄어든다는 나무이다. 묘목을 구해서 마당에 심으니 

잘 자란다. 진달래과이니 칼미아와 비슷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이렇게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고 나니 자신감이 상승하였다. 게임에서 레벨업을 할 때 기분이랄까 ^^

 

 

 

 

올 봄에도 몇 개 칼미아 묘목을 구했다. 그밖에 만병초 몇 종류를 구했다. 모두 진달래과이다. 반그늘을 좋아하니 발을

쳐서 햇빛을 가려주고 있다. 

 

 

 

 

 

발 뒤 풍경이다. 왼쪽 잎이 큰 녀석이 만병초 '운금만병초'이다. 만병초 포츄네이 종이다. 앞에 두 개도 만병초인데 이름을

잊었다. 아마도 앞에 오른쪽은 섬만병초이다. 뒤에 오른쪽 잎이 탐스러운 녀석이 칼미아이다. 올 봄에 심은 녀석이다. 

반그늘에서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니 잎이 싱싱하다.

 

 

 

 

 

호작질이란 말을 아실까요. 경상도 사투리이다. 심심풀이로 손을 놀리어 하는 여러 가지 장난이란 뜻이다.

나무를 전지를 하고 나면 가지가 아까워 삽목을 해본다. 나에게 호작질 같은 기분이 든다.

 

 

 

 

 

비비추를 주문을 하여 받았는데 뿌리가 떨어진 녀석이 둘이 있었다. 발근제를 바르고 심어 놓으니 새싹이 나오고 있다.

 

 

 

 

 

마당에 칼미아 습도 유지용으로 물확을 사놓았는데 여름이 오면 개구리들이 금붕어보다 더 많이 들어와 산다. 매일

진달래과 나무에 물을 주니 부엽토 바닥이 시원한 느낌이 드는지 곳곳에서 개구리들이 튀어나온다. 개구리와 금붕어는 

사이 좋게 사는 듯한데 뱀이 출몰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든다. 다행히 동네에 냥이들이 많아서 마당을 이쪽저쪽으로 

하루에도 서너번씩 순찰을 돌아서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진달래밭에 습도가 높아 모기가 많지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 

개구리가 좀 잡아먹으려나 모르겠다.

동네에 집박쥐가 살아서 밤이 되면 우리 집 처마에도 매달려 집박쥐가 살 집을 인터넷을 검색하여 참고를 해서 공들여 

만들었다. 집박쥐가 하루에 벌레를 3,000여 마리를 잡아먹는다 한다. 특히 모기 종류를 말이다.그런데 코로나를 모기가 

전파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차가워진다.

 

 

 

 

 

야생화를 두세 해 가꾸고 기르다 보니 요새는 무늬종에 꽃히게 된다. 이게 다 돈들어가는 소리라 마음을 조심하지만

래도 어느 정도는 어쩔 수가 없다. 

칼미아 같은 진달래과 식물을 위해서 부엽토 정원을 만들어놓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니 웬만한 씨앗은 엄청나게 

발아를 하고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한다. 바람꽃, 비비추, 자남나무, 빨간금낭화,.. 그래서 우산나물도 언젠가는 

씨앗을 떨어트려 퍼트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심어본다. 우산나물 씨앗이 발아를 하는데는 꽤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말이다.

 

 

 

 

 

내 야생화 사부님이 무늬종을 특히 좋아해서 무늬종이 별거 있나 했는데 어느덧 나도 그 수렁에 빠지고 있다. 어느날

아내와 산을 내려오다 산자락에서 발견한 아까시 나무 묘목이다. 다른 아카시아 나무는 파란 새싹이 나오는데 이 놈은 

유독 노랑색이 감도는 연두색으로 새싹이 나온다. 화분에 심어놓으니 기운이 약해졌는지 시들어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니 새싹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 이것도 무늬종일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