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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2012년 학교에서

동아리 댄스반, 새로 시작하다

by 호미랑 2012. 7. 14.

동아리 댄스반 시리즈 1. 회원: 댄스를 배우는 녀석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① 평범한 아이들이다.

흔히 댄스반 하면 잘 나가는 아이들, 과거에는 '날나리'라 불린 아이들, 지금으로 말하면 좋게 말해서 '끼가 있는' 아이들이 하고, '좋지 않게' 말하면 일진이나 그와 비슷한 아이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교실에서는 주로 뒷줄에 앉은 녀석들이다.

실제로 처음 4월에 동아리를 만들 때 1/3쯤은 그러한 녀석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난 지금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 또는 공부를 잘 하는 녀석들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 녀석들은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주말도 바쁘다. 그래서 공부를 매우 잘 하는 녀석은 지금 새로 들어온 녀석 1명밖에는 없다. 성적은 대체로 중하위권~중상위권에 속한다. 

 

② 축구를 잘 못하는 녀석들이다. 남학교에서는 축구를 잘 하는 녀석들이 성적 우수생 그룹과 함께 교실 분위기 한 축을 담당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주 오래된 전통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시대에도 그러하였고, 민주주의 사회라는 지금도 그러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녀석들은 댄스반에 관심이 없다. 축구밖에 모르니까 그렇다.

1학년에 최재호가 댄스반을 하겠다고 나섰다. 내가 말렸다. 재호는 축구를 매우 잘 한다. 사내 아이들 가운데 축구에 미쳐 사는 그런 흔한 한 명이다. 내가 그랬다. "너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느냐. 또한 축구를 잘 하지 않느냐? 앞으로 2년 동안 축구를 하면 중3이 되어서 학교 대표로 포항시 리그 경기에 나갈 수가 있디. 그 때를 생각해서 지금 1학년에 축구를 잘 하는 녀석들과 축구 팀을 만들어서 포지션을 정하고 경기를 해보면 패스나 드리블 같은 좋아지고 팀웤도 좋아질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네가 속한 축구 동아리를 열심히 해라."

재호는 학교에서 인기가 가장 좋은 축구 동아리에 속해 있다. 그 안에서도 축구를 잘 하는 것이다. 아마도 3학년이 중심이 되어 운영이 되다 보니 1학년은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1학년은 1학년대로 팀을 만들어서 훈련도 하고 경기도 하면 좋을 텐데 동아리 사정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내가 한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어쩌면 아이들 세계에서 2년 뒤란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상상 속에서도 말이다. 오직 현재만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영, 댄스반을 하겠다 하면 받아들여봐야겠다.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이니 말이다.

 

③ 성격이나 행동이 부드러운 녀석들이다. 녕우는 초등 6년 때 이름을 날리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모습을 생활을 한다. 기홍이, 기현이도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지난 주에 새로 들어온 판수는 수족관에 물고기 기르기를 1~2년 해온 녀석으로 장래 희망이 수의사계통이다. 이번 주에 새로 들어온 규현이는 '요리의 고수'이다. 현규는 명랑 쾌활한 소년인데 축구와 같은 운동에는 별 흥미가 없는 녀석이다. 역시 이번 주에 새로 들어온 원준이나 원석이도 그러하다.

터프한 성격을 가진 마초는 아마도 2학년에 현준이 정도 아닐까 한다. 현준이에게 이러한 부드러운 분위기가 잘 맞을지 걱정이 된다.

 

④ 생활 태도를 보면 매우 성실한 녀석들이다. 청소를 할 때에나 교실에서 맡은 일을 할 때 궂은일, 힘든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런 녀석들이다. 이것이 댄스반이 유지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다. 사실 춤을 추는 실력은 좀 잘 못하는 편이다. 춤을 배울 때 동작을 보면 영 시원치가 않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동작을 하나하나 배울 때 보면 마치 부모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유치원 아이처럼 마지못해 따라한다. 이럴 때 보면 이런 놈들이 댄스반에는 왜 왔나 싶다. 한심하다 싶을 때도 있다. (물론 내가 추는 동작보다는 낫게 추지만.ㅎㅎ)

그러한 엉성한 동작에도 불구하고 4월부터 지금까지 댄스반이 유지된 데에는 바로 이 성실함이 가장 큰 동력이었던 것이다. 처음 15명 정도로 시작할 때는 대부분 결석이 없이 출석을 하였다. 그러하다가 6월이 되지 6~7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6~7명이 오늘은 16명이 되었는데 그것을 지켜온 녀석들이 바로 이 성실한 녀석들이다. 보통 학교에서 교실 뒷줄의 잘 나가는 녀석들은 이런 친구들을 '찌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부도 보통이고, 운동도 잘 못하고, 뭐 하나 두드러진 것이 없느니 그런 모양이다. 사실 공부도 할 만큼 하고 평범하달 뿐 모자란 것은 아닌데 마초들이 지배하는 이 시대 교실에서는 존재감이 좀 약하달까.

하지만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그 평범하고 성실함이 댄스반을 유지하고 있고, 짐작컨대 이 녀석들은 졸업하는 날까지 매우 열심이 참여할 것이다.

 

 

 

 

 

ㅁ 댄스를 배울 때에는 먼저 스트레칭을 충분히 연습한다. 먼저 몸을 만드는 것이다.

 

 

 

 

 

ㅁ 아이들에게 스트레칭은 '고난의행군'이다.

 

 

 

 

 

ㅁ 앞줄 아이들이 지난 주에 배운 'Like this'를 복습한다.

뒷줄 아이들은 오늘 처음 나와서 구경만 하고 있다.

 

 

 

오늘은 선생님도 신이 나서 수업을 하였다.

특히, 스트레칭, 웨이브를 할 때 동작 하나하나를 천천히 시범을 보인 것이 좋았다. 아이들이 춤을 배우며 걸음마를 떼는데 가장 기본이 되어야하는 동작이었다. 나도 뒤에서 하나하나 따라하는데 참 좋았다. 앞으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