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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을 보는 창/한 권의 책

우리는 걷는다

by 호미랑 2009. 12. 31.

이 책은 서울에서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떤 교사가 1997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빠
지지 않고
아이들과 국토 순례를 하며
그 모습을 담은 책이다.


글쓴이는 중학교 과학 교사로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게으르고 나약하며
이기적이라는 사실, 때로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여 일탈하는 모습을 어쩔
수 없이 지켜만 보았다.
그렇게 막연하게 아이들을 방치되는 모습이 안타까워 아이들과 함께 국토 순례를 해보자고 시
도하게 된다. 글쓴이는 국토 순례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이것을 하게 된다면  좀더 부지런해
지고 자기 약한 모습를 이겨낼 줄 알고,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울 것이라 믿었다. 또한
국토를 걸으면서 풀 한 포기, 들꽃 하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남북이 갈라져서 겪는 고통을
알고 통일에 대한 바람을 깨달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를 통하여 아이들이 자기 삶에 책임감과
자신감을 얻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하여, 통일에 대하여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였다.
그리고 글쓴이는 이것을 실천하였고 그가 바라던 바를 이뤘으며 이 책은 그것을 기록한 책이다.
 
글쓴이는 국토를 한 해는 종단을 하고 한 해는 횡단을 하면서 매해 10명이 넘는 아이들과 그 힘
들고 지루한 길을 함께 걸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자신이 그 먼 길을 걸어냈다는 자신감을 얻
고, 자연을 바라보게 되면서 들꽃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느껴가고, 친구가 뒤쳐질 때 욕을 하
던 모습에서 짐을 나눠지게 되는 변화들를 기록하였다.



이 책의 장점은
첫째,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 가정에서보다도 자연 속에서 함께 하는 가운데 더 많은 것을 배운
다는 점이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교과서에 호연지기란 말이 나오고 선생님들이 이
것을 무척 강조하였던 기억이 난다.
 호연지기   1.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넓고 큰 원기. 《맹자》 의 상편에 나오는 말
 2.거침 없이 넓고 큰 기개.
그 때 선생님들은 호연지기란 천하를 돌아다니하며 자연을 벗 삼아 세상속에 있는 사람들과 만
나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얻는 힘차고 넓은 기운이라 하였다.

이 책에서 글쓴이는 한국에서 해외 여행 붐이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다. 
먼저 자기가 살고 있는 이 땅을 걸으며 그 속에 핀 야생화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자연에 대한
사랑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아가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서로 남이나 다름 없는 일행
인 친구, 선배와 교류하며 남을 생각할 줄 알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둘째, 아이들이 자기 삶을 사랑하는 것이란 무엇인지 체험한다. 이 여행을 하면서 자신감, 극
기심, 인내심을 배우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잘 나와 있다. 평범한 아이는 말할 것도 없이 말썽
꾸러기마저도 국토를 종단하고, 또는 횡단하고 나서 성적이 오르고, 아이들이 자기 삶에 자신
감과 미래에 대하여 넓은 전망을 품어가는 변화가 나타나 있다. 또한 처음에 150cm 정도밖에
안 되던 덩치가 작은 아이도 그 멀고 힘든 길을 걸어내면서 자신감을 얻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
가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밖에도 국토 순례가 갖는 여러 장점이 나와 있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인정이 많은지, 그
험한 고개와 골짜기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서로 무엇인가 마음으로 소통한다. 
자연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 분단의 현실이 어떠한지, 왜 걷는 것이 차를 타는 것보다 좋
은지, 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들을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한다.
또한 이들이 처음 국토 순례를 시작할 때 그 말 자체가 한국에서 낯설게 들리던 것이 지금은 
각종 답사. 순례 동회회로, 대학교, 소년단 등으로 확산되어 가는 모습도 나타나 있다.



아쉬운 점은 교사가 아이들을 이끌면서 느낀 열정과 관심을 위주로 책 속에 담아내다 보니 이
글이 중학교 아이들이 편하게 보기에는 약간 어렵거나 지루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보충해서 다음에 글쓴이가 준비 과정, 시작하는 과정, 진행하는 과정,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 속에서 보게되는 한국의 자연, 힘들었더 일들을 사실 위주로 기록을 하고,
또한 여기에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거나 기행문을 쓰게 하여 덧붙인다면 한비야가 쓴 '바
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보다도 멋지고 더 생생하고 더 공감할 수 있는 글, 더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읽는 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같은 교사로서 이런 국토 순례 정도가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한 번도 함께 제
대로 걸어본 적이 없었다는 점에 대하여 일말의 반성을 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걸어
보는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고민을 안겨준 점에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중학생이 읽기에.....
- 흥미가 있을까? ★★☆☆☆
- 어렵지 않고 쉬울까? ★★☆☆☆
- 감동, 교훈, 지식이 있을까? ★★★★☆
- 권장하는 학년은? 3학년
- 그밖에는? 여학생보다 남학생에게, 학생 뿐 아니라 교사나 학부모가 꼭 읽어보아야 할 책.

교사나 학부모가 읽기에.....
- 흥미가 있을까? ★★★☆☆
- 어렵지 않고 쉬울까? ★★★★☆
- 감동, 교훈, 지식이 있을까? ★★★★☆
- 그밖에는?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성적 때문에, 생활 태도 때문에 고민을 하는 학부
모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