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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재미있을까!/청소년 영화

2007_ 0402_ 영화 '판의 미로'를 보고

by 호미랑 2008. 10. 14.


1. 판의 미로는 성장 영화이다. 몇 명의 평론가들이 환타지 계열보다 성장이란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데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2. 판의 미로는 환타지이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화면 구성은 판타지의 요소에 충실하다.

3. 판의 미로는 정치적인 영화이다. 시대적 배경이 되는 '스페인 내전'을 알고 보는 서양 사람들과 그것을 잘 모르고 보는 동양인들 사이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스페인 내전은 이미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역사다. 그것이 아이들 사이에 어느 만큼이나 알려져 있을 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감상하는 시민들에게 스페인 내전은 '독재자 프랑코와 공화국의 자유와 평등을 지키려는 시민군 사이의 전쟁'으로 독일인들에게는 아침에 즐겨 먹는 치즈처럼, 이태리 사람들에게는 피자처럼 익숙한 것이다.

주인공 오필리아가 맞서 싸우는 악은 바로 현실 속의 아버지이다. 독재와 폭력의 상징으로서 아버지는 곧 프랑코 총통이다. 현실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며 실재로 존재하는 악이다. 물론 이런 메시지를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서구 사회에서 이 영화는 이런 메시지를 전제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마치 한국의 중년 남성이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였다'고 한다면 그 말 속에서 우리는 그가 '된장찌개나 김치에 밥을 먹었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좀더 간단하게 정리를 하자면 판의 미로는 이중적인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 프랑코 총통과 그의 권력 아래에서 마을의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대위와 그에 맞서 싸우는 메르세데스(오필리아의 보호자)의 연인과 시민군인 마을 사람들.

그리고 오필리아와 그의 공주로서 환생을 가로막는 두 눈이 손에 박힌 악마이다. 결국 오필리아와 메르세대스, 메르세데스의 연인인 시민군 지도자, 시민군인 마을 사람들이 한 편이다. 이들은 공화국의 자유를 위하여 싸우는 사람들이다.


3. 교사로서 정치 교육에 대하여 한 마디 하고 싶다. 한국에서 겨우 반장 선거 하나 가르치기조차 힏든 것이 한국의 정치 교육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어느 정도 자기의 지식에 자신 있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를 영역해 보시라. 답은 맨 마지막에...

유럽에서 프랑코에 비견될 만한 한국인은 단연 박정희이다. 들리는 말로는 서구 선진국 학교에서 당연하게 가르치던 정치교육, 노동권 교육, 인권교육 등을 교과서에서 삭제한 사람이 바로 박정희라 한다. 물론 그 아래에서 서울대 출신 등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이 그 폭력을 철학으로 뒷받침했겠지.

한국의 학생들이 인간이 정치적인 동물이란 것을 배울 권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서글픈 현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처한 계급적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자신은 서민층에 속하면서도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정치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으니까. 쉽게 말하자면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농사꾼이 동네 천석꾼 부잣집 흉년 들까봐 걱정하는 꼴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한다. 파이가 커야 먹을 것이 많다고,.. 부잣집의 파이가 주방에서 썩어 문드러져도, 부잣집의 개가 돼지 갈비를 뜯는 동안에도 그는 파이를 키우기 위하여 부잣집의 세금을 올리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면서 면사무소가 부잣집에 세금을 적게 물려 부잣집이 농사를 지을 땅을 더 사들여야 한다고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다.

 

Human is a political animal.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란 책에 나오는 말이다. 어쩌다가 한국에서는 이 말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란 말로 바뀌었는지,...  

내가 학교에 댜닐 적에 '사회적'을 강조하면서 들은 말은 '질서'와 '규칙', '예절' 등이었다. 다른 사람, 다른 계층, 다른 지역과 함께 하는 존재로서 '사회성'을 배웠던 것이다.  

내가 만약 '정치적'인 말로 배웠다면 '권리', '책임', '선거', '대표' 이런 것들을 배웠을 것이다 나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주된 내용이었겠지. 하긴 고등하교 당시에 나의 국민윤리 선생님은 당신이 박정희 독재의 상징 유신헌법을 세운 통일주최국민회의 대의원이란 사실을 교실 안에서 학생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녔고 우리는 그러한 선생님 아래에서 배운다는 사실에 감격하였다....ㅠ.ㅠ

그러니까 판의 미로 버전으로 치자면 '대위' 같은 존재이다. 또는 대위와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던 계층들인 셈이다. 한국 사람들은 판의 미로를 보면서 감동한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박정희의 경제발전에 감격한다. 영화에서는 프랑코 총통과 싸우는 메르세데스와 그 연인에게 감동하고, 현실에서는 독재자에게 복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