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2012년 학교에서
3학년 졸업식
호미랑
2011. 2. 9. 12:04
작년에 2학년 때 담임을 맡기도 하고 국어를 가르치기도 하였던 아이들이 졸업식을 하였다.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여러 생각이 스친다.
ㅁ 누구지, 광영이인가? 옆모습이라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ㅁ 원광이, 4차원이라는 별명도 있었지만 백일장에서 상을 타면서 4차원이 개성이었음을 증명하였다.
중학교 때 파닥파닥거렸으니 고딩 되어서 한번 더 파닥거릴 테고 청춘에 문턱을 들어서 훨훨 날아오르기 기대한다.
ㅁ 강호, 몸도 더 날렵하여지고 생활에 여러모로 힘이 붙었다.
ㅁ 민재, 여전히 발랄하고 학교 생활은 즐겁다.
ㅁ 창욱이, 때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기도 하였지만 이제 햇빛이 들어오는 입구를 보고 있으리라.
ㅁ 한기, 태권도부로서 풋풋하고 귀엽던 느낌에 이제는 사내다운 근성이 엿보인다.
ㅁ 현수, 제철공고에 간다.
현수 늘 성실하였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ㅁ 원영이, 보기와 다른 까도남이다.
아주 가끔 훈남끼를 살짝 드러낼 때가 있다.
아이들이 졸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다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색깔로 치면 아이들 색깔은 잿빛, 검정, 하양, 노랑, 파랑, 보라, 빨강, 분홍 등 가지각색을 갖추고 있다. 나는 이것을 빨강이 가장 아름다우니 여기에 맞추라고 강요하지 않았는가 돌아보게 된다.
3년 전 이 아이들이 입학할 때를 돌이켜 본다. 그 때 본 아이들 모습은 다 달랐다. 이 아이들이 과연 3년 동안 어떠한 모습으로 클까를 상상하기도 하였다. 오늘 졸업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때 내가 보았던 아이들, 또는 내가 수업을 하면서 보았던 아이들, 내가 판단한 그 모습과 비슷한 아이들도 있지만 다른 아이들도 그만큼이나 많다. 엄밀하게 따지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내가 본 모습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생명의 힘이 지금 아이들 모습을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알고 있던 아이들 모습은 여기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지금 아이들은 그 사이에 커버렸으니 말이다.
또한 내가 '이래라 저래라', '왜 이렇게 하지 않느냐', '넌 이런 점이 문제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들은 사실 돌이켜 보면 그다지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때로 지루하고, 힘들고, 고달프기도 하였다. 그것을 참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며 때로 신체적인 구속이나 언어 폭력을 가하지 않았는가 돌이켜본다.
카메라에 담긴 아이들 표정을 다시 보면, 졸업식을 하는 아이들 표정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 큰 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자기 몸속에 갖고 있는 무엇'이라는 점을 똑똑히 알 수 있다.
ㅁ 영찬이, 눈빛이 더욱 깊어간다. 감성소년이 감성청년이 되어가는 것일까.
ㅁ 중근이, 덩치가 커지면서 정말 중근이다워진다.
ㅁ 시홍이, 까칠한 척 굴면서 때로 키치하게 놀고 때로는 시크한 척 굴 때도 있다.
ㅁ 영신 훈남이다. 성격은 서글서글하고 부드럽다.
키는 훤칠하고 야구를 좋아하여 몸은 반듯하다.
ㅁ 재혁이, 눈빛이 서늘하다.
언제나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하였다.
ㅁ 찬우, 카리스마 작열에서 2% 부족하다.
2%를 채우면 주변 친구들이 불편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훈남이다.
ㅁ 지훈이, 시크한 면이 더 시크해지고 있다.
ㅁ 상훈이, 고운 얼굴선에 비하여 높은 콧대처럼,
말투는 부드럽지만 기질은 와일드한 녀석이다.
ㅁ 동탁이, 자기 생각이 있으면서 잘 드러내지 않았다.
교사들에게는 좀 음흉한 느낌이 들었지만 딱히 꿍꿍이 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로 착한 녀석이다.
ㅁ 상민이도 이제 길었던 중학교 3년 시절을 졸업한다.
ㅁ 이 미소년은 누구인가. 3년이 지나도 여전히 미소년이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거무스레한 수염이 징그러움을 더할 것이다.
ㅁ 재현이, 늘 말이 많았지만 사실 그냥 까불고 놀고 싶었던 것이다....^^
ㅁ 혁일이, 이마 위를 덮던 동그란 머리는 2학년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ㅁ 현수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