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금 이 순간/2010년1학년2반

암자를 찾아 문수봉에 가다

by 호미랑 2010. 11. 21.

교과서에 나희덕의 '실수'라는 글이 있다. 나희덕이 암자에게 가서 비구니 스님더러 빗을 빌려달라 하는 실수를 저지른 이야기이다. 그 실수가 스님에게는 아름답던 처녀 시절을 회상하게 해주어 잠깐이나마 행복한 그리움을 선사했다는 내용이다.
수업 시간에 '암자'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절과 암자가 같은 줄 알길래
"우리 암자 한 번 갈까?"
라고 말을 했더니 아이들이 '생뚱맞게 왠 암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좋아, 이번 주말에 암자에 가자."
라고 말해버렸다.

금요일 종례 시간에
"내일 토요일 보경사 뒤 문수암에 갈 건데 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 봐."
라고 하자, 서너 명이 손을 든다.

"좋아, 내 차에 다 탈 수가 있겠다."
하여 토요일 5명의 아이들과 함께 출발하였다. 학교에서 출발한 시간은 1시. 보경사 앞 칼국수 가게에 1시 반 도착하였다.


ㅁ 절 앞에는 칼국수 집이 많다.
천령산가든에 갔는데 아니나다를까 사장님이 푸짐하게 두 상을 차려주신다.





ㅁ 의외로 아이들이 밑반찬을 잘 먹는다.
호박전, 생두부, 총각김치,...




ㅁ 순식간에 거덜났다.
나중에는 나물까지 해치운다.
"고사리 맛있다."
"취나물이 더 맛있지."




ㅁ 11월 하순 단풍은 붉게 물들어가고, 한 해 마지막 햇살이 따사롭다.




ㅁ 드디어 칼국수가 나왔다.
아이들이 칼국수를 잘 먹는다.
내가 알기로는 아이들은 이런 것보다 치킨, 피자, 햄버거 이런 것을 좋아하는데.
"저 칼국수 좋아해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이들도 밖에 나오면 이런 것을 으레 먹는 줄 알고 또 즐길 줄도 안다.




ㅁ '과연 다 먹어낼까?'
음식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왠걸. 국물까지 깨끗하게 먹어치운다.




ㅁ 점심을 다 먹고 화ㅇㅇ 훔쳐보기.....ㅋㅋ






점심값 계산은 내가 하였다. 학교에서 참가자 숫자를 물을 때
"점심은 칼국수로 한다." 하였더니
"저도 갈래요!"
하면서 갑자기 서로 간다고 난리였다.
"그래? 다시 한 번, 토요일에 보경사 갈 사람 손 들어봐."
했더니 열 명 정도로 숫자가 늘었다.
"점심값은 각자 준비하는 거야."
했더니
"에이, 안 가요. 전 선생님이 칼국수 사준다는 줄 알았잖아요."
"야. 임마. 내가 땅 파서 돈 버는 줄 알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각자 점심값을 준비하라고 말하고 참가자 숫자를 알아보니 이 다섯 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을 하고 집에 가서 토요일 산에 가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그래. 이럴 때 당신이 한 턱 쏘는 거야."
하고 조언을 해주었다.
또한 막상 아이들이 이렇게 칼국수며 토속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했다.

ㅁ 보경사로 들어가지 않고 연산장온천 사이로 해서 보경사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간다.

보경사로 가면 입장료도 내야 하지만 그보다도 보경사 계곡에서 문수암으로 오르는 길은
아이들에게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문수암에 한 번 가볼까 했지만 이쪽 등산로는 문수
암과 다른 방향이라 암자 구경은 포기한다.

오른쪽으로 10여분 정도 차를 타고 오르다 내려가다 다시 오를 때쯤 해서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 마을회관 앞에 주차장이 있다. 차를 세우고 출발에 앞서서 기념 샷.





ㅁ 1학년 2반 도토리과 아이들이다.





ㅁ 주차장 앞에 있는 골목을 오르면 이렇게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ㅁ 단풍도 잎이 많이 져서 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난다.





ㅁ 문수봉에 오르는 길이 넓게 임도(林道, 숲에 나무를 베어나르거나 화재 진압 등을 위하여 낸 길)로 잘 나 있다.





ㅁ 보경사 뒷산 쪽으로 경사가 30도 정도 되는 길을 오른다.





ㅁ 30분 정도 걷다가 경사가 낮아지고 능선으로 오르는 길에서 잠시 쉰다.
도토리가 많이 굴러다닌다....^^





ㅁ 거기서 다시 30분 정도 오르면 문수봉 정상이다.
등산대장 지환이가 앞서고 분위기 메이커 유준이가 뒤를 이었다.
그 뒤에서 말이 많은 정환이와 장난끼가 많은 민규가 따르고
맨 뒤에서 도현이와 내가 점심을 먹어서 무거운 배를 잡고 천천히 오른 것이다.





ㅁ 나도 아이들과 함께 기념 샷을 하나 찍었다.





ㅁ 내려 오는 길에는 유준이가 민규에게 시비를 건다. 나무 삯정이를 줍더니 칼싸움을 한다.





ㅁ 선빵을 날리고 아래로 튄다.





ㅁ 민규가 흥분했다. 커다란 나뭇가지를 잡더니
"다 덤벼!" 한다.
내려오면서 솔방울 놀이도 재미있었다.
유준이가 하나 던지길래 내가 열댓 개쯤 모아서 연속 공격을 했다.
유준이가 흥분해서 마구 쫓아온다.
나중에는 밤송이까지 던졌다.





ㅁ 솔방울 놀이, 막대기로 칼싸움 들을 하면서 내려오는 길에는 낙엽이 정말 발이 푹 빠지도록 쌓였다.





ㅁ 다시 보경사 입구를 지나 내려오면 먼지 터는 곳이 있다.
오늘 등산대장은 지환이였다.
지환이는 산을 오를 때나 내려올 때나 숨 한 번 가쁘게 쉬지 않고 살랑살랑 걸어다닌다.
지환이더러 물으니 올해 산에 간 횟수가 20번도 넘는다고 했다. 부모님이랑 함께 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도토리 중에서 체력이 짱이다.
이곳 먼지 터는 곳도 지환이가 알려준 것이다.
유준이는 여기서도 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먼지 터는 기계로 정환이, 민규를 공격한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안에서 아이들과 학급 이야기도 나누었다.
유준이는 너무나도 차근차근 이야기를 잘 한다. 정말 매력도토리이다.
말수가 적은 지환이는 뜻밖에도 등산의 고수이다.
정환이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녀석이다.
도현이는 오늘 비염 때문에, 또한 점심 때 먹은 칼국수 때문에 산에 오를 때 힘들었다.
결국 내 앞에 가면서 기를 방출함으로써(^^) 몸을 가볍게 하였다.

민규도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다.
아이들과 산에 올라보니 올해 주말에 산에 자주 갈 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내년에는 산에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