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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2011년 학급 아이들-3학년4반

교실 대청소

by 호미랑 2011. 3. 6.
오늘 교실 대청소를 하였다. 내가 오늘 일직 당번을 맡은 것이다. 다른 학교에 다 없어진
일직제도가 이곳에는 있다. 세콤으로 보안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또한 일직을 서는 것은
왠지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뭐 오늘 같은 날은 학교에서 근무할 이유가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학기 초라 아이들이 수업 중에 써야할 학습장도 다듬어야 하고, 교실도 대청소를 한
번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교실은 바닥이 아주 시커멓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해를 지나면
서 곳곳에 시커멓게 변했다.
이런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드는 작업은 청소업체에 부탁해서
한 해 한 번은 청소를 해야한다.

아이들이 하기에는 실제로 무척 힘이 들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십상
이다.
아이들이 의욕을 갖고 시작을 해도 막상 해보면 무척 힘이 드는 일이라 도중에 늘어
지거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딴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해보니
역시 3학년이라 그런지 할 만하였다.


뜻밖에도 진성이가 옆반 진홍이, 우성이, 명준이와 함께 왔다. 4반에서는 현석이, 진성이,
명환이가 왔다. 첫 주말이라 그런가.

4반 아이들이 많이 오지는 않았다(ㅠ.ㅠ)  하지만 여섯 명이면 할 만하다. 뜻밖에도 5반 꾸
러기들 진홍이와 명준이가 자원해서 옆반 청소를 해주러 왔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청소를
해보니 도리어 4반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지금 3학년은 한 번도 수업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아이들을 잘 몰랐는데 오늘 함께 일을 해보니 진홍이와 명준이가 첫인상으
로는 잘 까부는 것처럼 보였지만 학생으로서 무엇인가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게 되어서
무척 실속이 있는 녀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ㅁ오른쪽 진홍이, 가만히 있지 않고 통통 튀는 녀석이다.
아마도 지금 나이가 아이들이 그렇게 힘과 활동량이 넘치는 나이일 것이다.




ㅁ 명준이가 수세미로 바닥을 민다.
게으름도 피지 않고 딴짓도 하지 않고 즐겁게 웃는 얼굴로 일한다.
오늘 정말 명준이에게 감동했다ㅋ





ㅁ 아직 키가 작은 우성이도 걸레를 밀며 열심히 달린다.




ㅁ 이 셋이서는 컴퓨터로 틀어놓은 음악에 맞춰서 (힙합음악이었던가?) 신나게 솔질을 해댄다.
명준이가 옆에서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다본다.




ㅁ 아이들이 하기에는 역시 힘이 든다. 점심을 먹기 전에 한 시간 반 정도 교실 뒷쪽을 했다.
3시쯤에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 솔질을 하는데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아이들이 지친다.
그래도 아이들은 힘들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




ㅁ 실장이라 오늘 청소하는데 책임감을 갖고 참여한 현석이가 걸레를 짠다. 하지만 마음은
방금 전에 전화를 걸어온 국환이에게 달려간다. 국환이가 흥중으로 축구를 하러 오라 했기
때문이다. 둘 다 사는 동네가 같은 흥해라서 함께 축구를 하는 한팀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청소를 해도 힘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실장이기 때문에 학급 대청
소에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대견하다.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점심을 먹기 전 청소를 먼저 한 교실 뒤편은 바닥이 하얗다. 아이들도 깜짝 놀란다.
내일 개교기념일이라 하루 쉬고 모레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면 깨끗한 교실에 분위
기가 더 편안해지겠지...^^

청소 함께 하자 했는데 주말에 무슨 이유인지 나오지 못해서 또는 나오지 않아서 미
안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슨 말로 그 어색함을 상큼하게 날려버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