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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길 위에서

2004_ 0208_ 길 위에서

by 호미랑 2008. 10. 14.

*여행 후기를 쓰는데 앤디 님 등의 성원에 힘입어^^ 올려봅니다.
재미는 없는 것 같은데,.. 사실 여행이 재미있지는 않으니까..
뭐 좋은 점도 조금 있지만 말입니다.
디카를 찍었는데 이동중이라 여기 올리기 쉽지가 않네요
7번국도를 걸으면서 여러분이 생각났습니다.
희야, 보라, 오키, 콩, 배꼽, 앤디,... 모두 보고 싶어요 ^^

 

10시38분 집에서 집에서 나왔다. 천천히 걸어서 앞에 큰 길로 나온다. 7번국도
10분 정도 걸어서 오르면 내가 근무하는 학교 정문. 기념 사진을 한 장 찍는다.
12시 03분 흥해중학교 교정, 잠바가 덥다.겨울 치고는 날씨가 푸근하다.
12시48분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13시40분 흥해에서 청하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광명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14시50분 청하 사거리
17시00분 송라 보경사 앞 도착
18시40분 찜질방 도착

 


 청하 사거리에 도착하니 2시50분이다. 다리가 한쪽은 뻗뻗하고 한 쪽은 헐렁한 게
내 다리 같지 않다. 좀 쉬고 있으니 박 선생에게서 전화가 온다. 백암온천 가는 길
출발했는데 어디쯤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20~30분쯤 되었을까 내가 4시간 동안
걸어온 길을 그 짧은 시간에 달려온다. 박선생 딸 해누는 아빠가 숨어서 담배 피려
는 마음도 모르고 따라 내려서 달라 붙는다. 나두 이번 여행으로 담배를 끊어볼까
생각 중인데,..

손을 흔들며 박선생은 다시 7번 국도로 올라간다. 나는 다시 걷는다. 송라에 곧 도착
한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다. 3시40분 정도 되었다. 여섯 시까지 두 시간 정도 시간
이 있다. 뭘 하지. 보경사에 들어가 볼까. 보경사까지 4km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7번
국도를 벗어나 왼쪽으로 1시간 가까이 올라가자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그 위로
죽 절 앞까지 양 옆을 지키고 있는 식당들 가운데 하나에 들어간다. 산채비
빔밥을 오
천 주고 먹는다.

 

송라 보경사 들어가는 앞길에 도착할 즈음에는 멀리 동해바다가  일어서듯 시야에 나타난다

아까 절로 들어오는 길에 길가 과수원에서 사과를 팔고 있었다. 출출하던 참이라 사과를
몇 개 사려는데 주인이 안 보인다. 찾아보니 주인은 과수원 저 위에서 사람들
몇몇이 함께
가지치기를 하는 지 무슨 소리로 떠들며 일을 하고 있다. 두 개를 집어
들고 천 원 짜리 종
이 하나를 됫박 밑에 찔러놓는다. 길을 다시 올라 가는데 씻을
만한 또랑도, 집안에 수돗
가도 보이지 않는다. 어쩔수 없지 바지에 문지르고 먹는다.
몇 시간 동안 걸으면서 허기가
진 탓인지 정말 꿀을 바른 듯한 사과맛이다. 두개째도
겨울 창고 속에서 익어서인지 약간
곶감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역시 꿀맛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요새 사과 하나가
천오백, 이천원 정도 한단다.,..쩝) 옛날 같으면
그냥 하나 집어줬을 텐데,.. 정말 요새는 인
심이란 말 꺼내기조차 싫다. 이 동네가
특히 더 그런가,..

오늘 걸은 거리는 26~28km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스팔트 도로라서 볼 것은 없었다. 마을도
없어서 말 붙일 사람도 없었다. 걸은 시간은 10시 38분~18시40분까지. 점심
시간을 빼고 다
섯 시간이다. 생각보다 빨리 걸었다. 내일은 송라에서 영덕까지
28km이다. 내일은 영덕에
있는 아는 선생님 댁에서 신세를 져야겠다.

오늘 날씨도 그러했지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내려오는 길가 들녘 풍경은 마치 봄날 저녁 같
다. 쌀쌀하고 선선한 느낌은 기운만 느껴지고 바람은 불지 않는다. 차라리
웬지 푸근하게
감싸주는 바람이 온 마을 골짜기에 머물러 지나가는 길손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