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축구를 하였다. 지난 주 야구에 이어 오늘은 축구인 것이다. 지난 번에 야구를 끝내고 아이들과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좀더 다양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 장모님 생신에 갔다가 일요일 오후 3시 약속을 조금 넘겨 도착하였다. 미리 녕우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 먼저 하고 있으라고 교혁이나 찬규더러 전해달라고 하였다. 녕우는 친구들과 노래방 가기로 약
속이 있다 한다.
3시30분쯤 되어서 동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 오시느냐고 묻는다. 지금 가고 있는데 10분쯤 있으면 도
착하니 먼저 시작하라 했다. 오늘 경기는 아이들 사는 동네에서 좀더 중심이라 볼 수 있는 두호초등학
교에서 하기로 하였다.
도착을 하니까 아이들이 막 편을 가르고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2반 팀에 들어갔다. 2반 아
이들이 많이 와서 세훈이 등 몇은 1반 팀으로 갔다.
1반팀은 룡근이, 세훈이, 범근이, 희영이, 희창이, 종원이, 종원이 친구 이렇게 7명이었다.
2반팀은 도현이, 원회, 찬규, 교혁이, 치원이, 동호, 재형이, 그리고 나였다.
세훈이는 역시 덩치는 작지만 가벼운 몸짓으로 힘차게 뛰어다닌다. 후반전에 수비를 맡아서 중앙을 휘
저으며 큰 공을 세웠다. 세훈이는 토요일 봄길 걷기에도 참여하였다. 보통 아이들 같으면 PC방으로 뛰
어갈 만한데 학급 운동에 세 번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였다. 성격이 아주 괜찮은 녀석이란 것을 알 수가
있다..^^
용근이는 오늘 2반팀 골키퍼를 맡아서 온몸을 던졌다. 재형이의 강력한 슛, 동호, 찬규, 치원이의 어러
슛을 정확하게 막아냈다. 수다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골문을 지키는 모습은 아주 듬직하였다.
야구를 하던, 축구를 하던 한 몫을 단단히 하는 녀석이다. 약간 불만스러운 듯이 쳐다보는 눈빛 치고는
아주 의욕이 넘치는 녀석이다.
범근이는 오른쪽 수비를 맡았다. 역시 작은 고추가 맵다고 여러 차례 공격 루트를 끊는 활약을 하였다.
야구를 할 때에는 자기는 공을 잘 치지도, 날아오는 공을 잘 잡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축구를 할 때에도
수비로서 몸을 던져서 공을 막지는 못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범근이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였다. 범근이가 없었다면 오른쪽이 뚫렸을 테니 말이다.
도현이가 과연 축구를 할 수 있을지 약간 궁금하였다. 범근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다. 물론 오늘 도현이
덕분에 두 골을 막을 수가 있었다. 내가 2반 골문을 지키고 있을 때 희창이와 희영이 또는 종원이 친구
가 공격을 해온다. 딱 세 명이다. 문제는 수비가 도현이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원회가 때로
교혁이가 수비를 하였는데 마음이 상대편 골문 앞에 가 있는지 조금 있다 보면 수비는 도현이 혼자였
다. 이 때 축구 실력이 좋은 1반 희창이 희영이가 공을 주고 받으면서 돌파를 하면 그냥 골대 앞에서
나를 놔두고 슛을 날리는 것이다. 도현이가 여러 차례 희창이, 희영이의 공을 끊었다.
공격이 없는 동안에는 주머니에 손을 지르고 책을 읽어보니 이런 말이 있더라 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이런저런 해석을 하기 좋아하는 녀석이다. ^^
원회. 오늘 박지성 같은 몸놀림을 보았다. 물론 교실에서 가끔 입이 박지성처럼 쉴새없이 움직인 적도
있다. 그래서 세영이처럼 맨 앞줄에 앉았다. 요새는 그 근질거리는 입을 참느라 끙끙 애를 쓰고 있다.
오늘 축구를 할 때에는 수비를 맡는다고 들어와 있다가 상대방이 공격을 해오다 공을 빼앗기면 어느
새 타다다다다 저 왼쪽으로 돌파를 하고 있다. 물론 범근이에게 막힐 때도 있지만 말이다. 덩치는 작
지만 아주 몸놀림이 빠르고 몸이 유연하여 2학년 쯤 되면 축구를 제법 할 것이다.
찬규. 야구를 할 때에도 자기 한 몫을 하듯 오늘도 축구 중앙 공격을 맡아서 열심히 공을 몰았다. 그리
고 몇 번의 슛을 날렸지만 안타깝게도 공은 들어가지 않았다. 아마도 찬규가 초등학교 시절에 축구를
즐기는 아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아주 학교만 끝나면 동네 아이들을 모아 축구를 하기
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학교 대표로 뽑혀서 시내 대회에 나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찬규는 둘 다 아니
었을 것이다. 하지만 찬규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공을 몰고 가서 슛을 날린다. 아
직 다리 힘이 덜 붙어서 슛이 위력적이지는 않다. 정확도도 떨어진다. 하지만 아마도 1학년 동안 즐거
운 마음으로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축구를 하다보면 2학년쯤에는 강력하고도 정확한 슛을 날릴 것이다.
동호. 야구를 할 때에도 힘차게 뛴다. 축구를 할 때에도 힘차게 오른쪽 윙을 맡아서 공을 몰고 달려간
다. 수업 시간에는 묵묵히 교사의 설명을 바라보는 눈빛은 힘이 들어가 있다. 동호는 무엇이던 '묵묵히
열심히'이다. 오늘도 오른쪽을 휘저으며 열심히 뛰었던 것이다. 가끔 슛을 날릴 때면 공이 힘차게 골대
를 벗어난다. 다리의 힘과 공의 속도와 방향을 아직 조절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앞으로 동호의 활약이
기대된다. 중거리슛을 쏠 능력이 있다.
치원이. 교실에서 가끔 치원이를 보면 말없이 약간 인상을 쓰며 앉아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랐
는데 오늘 축구를 하는 것을 보니 치원이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말하지 않을 뿐인 것
이었다. 치원이 최전방 공격수로서 몇 번의 슛을 날렸다. 날카로왔다. 아마 한 골 넣었을 것이다. 아주
유연한 몸으로 날카롭게 찬 공이 룡근이가 어쩌지 못하는 곳으로 공이 날아들어갔다. 키가 크고 비쩍
말랐지만 이렇게 뛰고 또 집에 가서 잘 먹는다면 종아리, 허벅지가 단단단해질 것이다.
재형이. 덩치는 소같다. 씩씩거리면 뛰는 모습이 그렇다. 물론 슛이 아주 강력하다. 돌파를 할 때에 속
도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열심히 뛰기 때문에 제몫을 충분히 해낸다. 중앙 공격수로서 강력한 슛을
날렸고 오늘 해드트릭을 했다. 앞으로 꾸준히 연습을 하면 나와 비슷한 몸매를 좀더 날씬하게 할 수
있을 테고 중거리슛으로 대성할 놈이다. 전반에는 골킾을 맡았는데 재형이 초등학교 학교 대표 선수를
할 때에 전공이 골킾이었다 한다. 정말 듬직하게 공을 잘 막아냈다. 오늘 후반에는 공격을 맡아서 뛴
것이다.
종원이는 오늘 엄살을 조금 떨었다. 전반을 뛰고 나더니 "선생님, 힘들어서 나 그만 할래요." 한다. 실
제로 달리고 나면 가끔 배를 잡고 허리를 숙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덩치가 좋아서 역시 제몫을 충분하
게 해냈다. 전반 30분, 쉬는 시간 15분, 후반 30분이 지나자 교혁이도 "선생님, 그만해요. 힘들어요" 하
였다. 아마도 후반이 끝나고 30분 정도는 더 뛰었던 것 같다. 아이들 모두에게 즐겁고도 약간은 힘든
경기였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골키퍼를 하고 있을 때 동찬이가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올해 졸업한 녀석이다. 내가 직접
수업을 한 적은 없지만 축구를 잘 해서 몇 번 함께 뛴 적은 있다. 잠시 뒤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놀아
주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터프한 모습을 주로 보았는데 오늘은 참 다른 느낌이 들었다. 왠지 가정적이
랄까. 그래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에 한 여학생이 와서 함께 놀더
니 희탁이가 왔다. 희탁이의 주력과 돌파, 패스는 작년 형곤이와 함께 영신중 3학년 축구의 주력이었
다. 동찬이는 흥해공고에 진학하였고, 희탁이는 포철공고에 진학하였다. 그 녀석들이 점심 시간에 운
동장을 휘젓던 모습이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 덩치는 어른이 다 된 느낌이다. 말하는 모습도 아주 어
른스러운 것이 듬직하다.
지금 이 순간/2010년1학년2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