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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길 위에서

2004_ 0208_ 나 홀로 걷기 둘째 날

by 호미랑 2008. 10. 14.

08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08시30분 7번 국도를 탄다.
14시 강구 풍물거리에 도착한다.
14시30분에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영덕으로 떠난다.
16시30분 영덕에 도착하다.

7번국도는 이름만큼 멋진 길은 아니다. 그냥 국도 길만 이어질 뿐이다.
가끔 바닷가가 나타나 함께 국도를 타고 오르기도 하지만 바다보다는
그 옆에 다닥다닥 붙은 횟집간판, 대게파는 간판이며 모텔 간판 등이
더 바다를 더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조용한 바다는 아마 강구에서부터 축산까지 '푸른바다' 정도 되어야
바다다운 오붓한 길을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바다보는 눈이 높아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처음 바다를 보면 파도치는 모습만 보고도 꺄하고 소리칠 텐데 말이다.


오늘 점심은 강구항 풍물거리에서 먹었다. 강구는 영덕군 강구읍이지만
오늘 보니 영덕읍보다 더 큰 도시 같다. 시내는 대구에서, 부산에서,
경기에서 온 차들로 항구로 들어가는 다리가 막혀서 움직이질 않고,
가게마다 대게 삶은 김이 추운 바람 속에서 손님들을 유혹하고,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래도 일하는 아줌마들은 사람들을 부르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 본 강구항은 주말이라 그런지 경북 동해안에서 포항을
빼고 가장 큰 항구답게 배와 사람과 차로 흥성거리는 모습이 볼 만하다.
날씨도 겨울 날씨답게 깨끗하고 차가운 하늘 아래 봄바람이 불어오는지
화창하고 따뜻한 모습이다.

 

   강구항에서 오십천을 건너 바라다 본 강구읍내

 

아내를 통해 알게 된 88식당 주인 아저씨와 아줌마는 예상대로다.
처음에는 잘 몰라보시더니 이내 친절하게 왜 (아내랑) 같이 오지 않았느냐
하시며 들어가라 하신다. 늘 그렇듯이 이 가게에는 사람들이 많다. 아줌마
아저씨가 친절하기도 하시고 수완도 좋은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식사를
차려오는데 밥 공기가 2 개, 대개탕도 2인분이 넘어보인다.
주인 아줌마께서 혼자 여행하면 밥 많이 묵어야니더 하신다.

오늘 아내가 점심으로 이 집을 권하길래 제 시간에 먹지 않고 기다렸다.
그렇게 6시간을 걸어온 허기를 그대로 다 쏟아붓는다. 아 게다가 대게탕은
왜 이리 맛있단 말이냐. 전에는 대게탕을 무슨 맛으로 먹는가 궁금하였더니
오늘은 이 해물에서 우러나는 시원한 맛, 대게몸통에서 나오는 얼큰한 맛이
사람 정신을 빼앗아 버린다. 그리고 두 공기가 순식간에 날아간다.
아, 허무한 나의 다이어트 도보여행이여.

다 먹고나니 허탈하다. 도보여행의 한 이유였던 다이어트가 물거품이 되어서,...
아니면 포만감 뒤에 오는 허탈함일까,... 영덕까지는 언제 간단 말이냐.
배가 부르니 8km라는 이정표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7번국도에서
벗어나 강구항에서 금호리를 지나서 들판길을 걸어서 영덕으로 들어가는
옛길을 따라 간다.

 

 송라에서 강구로 올라가는 길, 비탈에 자리잡은 집들

정말 멀다. 지루하고 피곤하고 웬지 짜증이 나고 햇살은 따갑다.
내가 이 여행 왜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