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한다. 2반 아이들, 야구를 좋아한다.
금요일인가 아이들에게 주말에 뭘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서 운동을 좋아하는가 물었다.
그 때 조사 결과 글러브가 있거나 야구를 좋아한다는 아이들이 36명 가운데 절반이 넘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야구를 한 경기 하기로 하였다.
지난 3월 27일 야구를 하였다. 토요일 쉬는 날 아침 10시에 창포초등학교에 모였다.
ㅁ 2반 운동하면 빠지지 않는 용근이가 공을 던진다.
자세는 아주 박찬호 급이다.
용근이 저 뒤에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서 있는 실장 녕우는 자세가 아저씨 같다.
옷차림고 그렇고, 실제로 교실에서도 아이들 대하는 모습도 그렇다.
실장 유세 때에도 "친구들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였다.^^
아침 교무회의 시간에 교실에 가보면 녕우는 아이들 이름만 적으면서 허허 웃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입이 근질근질한 수다파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야단이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 같은 실장의 경험이
녕우를 이렇게 성격이 무던한 녀석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
ㅁ 아이들은 벤치에 앉아서 놀고 있다.
뒤에서 막 일어서는 교혁이는 투수였다. 아주 자세가 반듯하니 야구선수 같은 폼이 나온다.
초중고등학교마다 아이들이 각각 하나씩 클럽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일본 같은 나라라면
아마도 야구부 투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수업 시간이나 운동이나 정확하고 집중력이 좋은 녀석이다.
ㅁ 민규가 폼을 잡는다. 공을 노려보는 폼이 매섭다.
교실에서는 말을 할 때 또박또박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에 학생회장을 한 경험 때문일까 짐작한다.
뒤에 있는 세영이는 느긋하다. 세영이도 이날 투수를 하였는데 공을 제법 던졌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마추어 야구팀 활동을 했다 한다.
3월 새학기에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여 맨 앞줄에 앉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조회시간이나 수업시간에 교사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며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ㅁ 훗. 재훈이 머리 위로 야구공이 날아간다. 재훈이 긴장하였다. 뒤에서 세영이가 웃는다.
재훈이는 성격이 참 무던한 녀석이다.
말을 할 때에도 허허 웃으면서 말을 하는 것이 아마도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닮은 것이 아닐까 싶다.
늘 편안한 느낌을 주는 녀석이고 평소에도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편안한 모습으로 생활하는 느낌이 든다..
이 날 쓰인 공은 부드러운 공이라서 몸에 맞아도 그다지 아픈 공이 아니다.
연식이라 하던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는 뜻일 것이다.
이 날 투수들은 대개 한 명은 포볼로 내보내고, 한 명은 스트라이크나 내야땅볼로 잡고 하는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다.
ㅁ 1반에서 온 희영이. 2반 운동할 때마다 나타난다.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 투수로서 공을 던졌는데 덩치가 있고 비교적 공이 정확하여 제법 위력을 발휘하였다.
던지는 모습에서 포스가 풍겨나온다. 교실에서는 늘 조용한 모습이라 눈에 띄지 않는다.
어쩌면 조용히 수업에 집중하는지 모를 일이다.
ㅁ 범근이도 학급 운동 경기에 잘 참여한다. 운동은 잘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늘 참여한다.
아직 두 번밖에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범근이가 지금은 밤톨처럼 귀엽고 작아도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면 코밑에 수염이 나고 얼굴에 여드름이 날지도 모르고, 어깨가 벌어지면서 사내다운
면모가 나타날 것이다. 범근이는 좀더 사내다워지기 위하여 운동을 나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 범근이 화이팅~